<얼굴들>은 SNS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고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이 담겨 있다.
나는 SNS를 잘 활용하는 편이 아니라서 사실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뭔가 나답지 못한 것 같아 찔리긴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려면 SNS에 대한 얘기를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.
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들이라는 제목에서도 Facebook의 냄새가 살짝 묻어있다.
<얼굴들>은 Facebook을 통해 각자 노출하는 시간들에 좋아요를 누르는 방식으로 서로 안부를 챙기는 지금의 우리들의 삶의 단면을 내보이는 영화 같다.
이 영화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.
기선(박종환)과 혜진(김새벽)의 삶에 훅 들어가서 영화의 런닝타임만큼 그들의 시간들을 엿보다가 그냥 훅 나오는 느낌이다.
카메라는 처음부터 내러티브를 가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.
기선이 왜 진수에게 집착하는지, 안정적인 직장을 왜 그만두려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.
혜진은 또 왜 일을 그만두고 엄마의 식당을 리모델링 하려 하는지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.
카메라는 그저 그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 그들의 시간을 쫓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과 스쳐가는 사람들과 닿을 때마다.
그 시간에 흐르고 있는 그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볼 뿐이다.
며칠 전 나의 어떤말에 대해지인은이런 피드백을 해주었다.
사람들이 제각각 이유가 있고 아픔이 있는 시간들을 지나왔는데 갑자기 다 지나온 현재의 시점에서
과거의 시간들에 대해 캐묻는 것은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고.
그저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적당히 유추하고 그런가보다.. 하며 이해하고 넘기는 게 미덕일 수 있다고.
자기가 얘기할 만하면 묻지 않아도 하는 건데 얘기하기 곤란할 수도 있을 질문을 궁금하다는 이유로
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것은 무례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.
난 거기에 어느 정도 수긍했다.
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스스로노출하고 싶은 만큼 노출한다.
그리고 타인에 대해관심있는 만큼 들여다볼 수도 있다.
어쩌면 영화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조명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.
그래서SNS에서 파도를 타듯 사람들의 얼굴이 스크린에 넘실거리는 것은 아닐까.
그간 SNS식 관계에 대해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성을 비롯해
차갑게 다루는 내용들을 많이 접해온 것 같다.
이 영화는굳이 차갑거나 냉정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.
그저 거리를 두고 좋은 면은 좋은 대로 차가운 면은 차가운 대로 그저 관망하는 태도를 지킨다
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순간에 함께 서늘하고 CCTV로 소통하려는 순간에는 따뜻하기도 하다.
이 영화는 꼭 개봉했으면 좋겠다.
영화를 보고나서 보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이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애정이 생겼다.
그래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얘기를 나누면서 나의 감성에 빠진 개인적인 감상인지 영화와 소통한 나의 감상인지를 잘 모르겠다.
이런 저런 생각들이떠도는 생각들을툭툭 잡아가며 감상을 쓰는 건데 다시 보면 어떨지 궁금하다.
영화제가 시작하기 전BIFF 비전 부문 영화 중에서 수상이 유력한 영화를 찍어달라고 했을 때누군가 이 영화를 꼽았다.
전작이 훌륭한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강현 감독의 전작 다큐들을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.
기회를 마련해서라도 <파산의 기술>과 특히 <보라>를 꼭 보고 싶고, 이 영화 <얼굴들>도 꼭 다시 보고 싶다.